나는 일단 여행이라는 행위에 전혀 흥미가 없다.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애착을 느낄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하지 않은데다가 예민하다못해 까탈스러울정도로 나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인지 여행지의 숙소가 싫다. 

여행가자.

싫어.

왜?

더러운 욕실, 더러운 침대 싫어서.

뭐 이정도다. 빤빤한 침대시트에 일회용 고급 욕실제품들이 줄서있는 호텔급 숙소에서 머무른다면야 내 여행에 대한 극렬한 거부가 한방에 해결되겠지만 돈이 없네. 게다가 며칠 머무르는 낯선 곳에 돈을 투자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고로 계속 쳇바퀴만 굴러간다. 여행가기싫어- 더러운 욕실, 더러운 침대- 호텔에서 머무르자- 돈없어- 여행가기싫어.


그런 내가 요즘 제주도가 가고 싶어서 안달이다. 정확히 말하면 10월의 제주도. 스쿠터 타고 왱왱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그자리에서 멈춰서 캠핑의자 펼쳐서 한참동안 멍 때리다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는 여행이 하고 싶다. 아아. 현실적으로 격일 파트타임 근무 노동자인지라 이번해에는 불가능하다 (제주도 여행갈 돈이 당연히 없다는 건 논외로 해두자).


두번째로 가고 싶은 곳은 여수. 정확히말하면 밤바다가 있는 여수. 뼛속까지 게으른 내 작업능률을 높여주는 노동요가 두곡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수밤바다'. 으으, 가고 싶다. 여수밤바다에서 '여수밤바다'를 듣는 뻔한 짓을 하고 싶다. 그러나 '여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겁쟁이인 내가 홀로 낯선 곳에서 밤바다를 보면서 낭만 따위 즐길리 만무하다. 이건 그저 내 머릿속 멋진 내모습일뿐.


가장 실현 가능하고, 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당일치기 강릉여행이다. 작년 5월의 강릉여행이후 나는 강릉앓이를 무려 1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9월말이나 10월초에 혼자서 다녀올 생각이다. 이번에도 역시 바닷가 앞 카페가서 커피 마시며 바다보고, 모래해변에 앉아서 또 바다보는게 일정의 전부이다. 좀 더 편안하고 오래 앉아있고 싶어서 캠핑의자를 하나 구매할까 생각중이다. 이번엔 소음차단 잘 되는 이어폰을 가져가야지. 파도가 의외로 시끄럽다는 걸 작년 5월에 알았다.


물이 싫어 바다는 커녕 수영장도 안가는 주제에 바라보는 바다에 대한 갈증은 왜이리 심한지. 아, 바다가 보고 싶다. 파도가 하얗게 바스라지는 순간이 보고 싶다. 손을 담구면 손가락이 시퍼렇게 변할 것 처럼 검푸른 바다를 보며 오소소 소름 돋아하고 싶다.



'과거 >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가, 맥주!  (0) 2014.08.23
지리멸렬한 밤  (0) 2014.08.20
외로움이 발목에 닿아왔다.  (0) 2014.08.15
나 결국 어묵탕을 만들어 먹었어.  (0) 2014.08.01
안녕, 다섯시  (0) 2014.07.31

+ Recent posts